FTSE 선진국 승격 '꿈은 이뤄질까?'
[머니투데이 2006-02-20 08:13]
오는 9월 FTSE의 국가분류 평가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해외 순회 세일즈 준비에 나섬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의 FTSE 선진국 지수 승격이 실현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FTSE 선진국 지수 승격은 국제 자본시장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현재 한국은 대만과 함께 FTSE 준(準) 선진국 지수에 속해 있다.
FTSE는 지난 2004년 3월 한국을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임시 검토대상(Provisional Watch List)에 지정한 뒤
같은 해 9월 정식 검토대상(Watch List)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한국의 선진국 지수 승격이 보류되면서 아직 검토대상에 머물러 있다.
만약 오는 9월 회의에서 한국의 FTSE 선진국 지수 승격이 결정된다면
한국은 우선 약 6개월동안 선진국 임시지수(Shadow Index)에 편입된다.
투자자들이 지수 변경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 위한 것.
이후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한국의 비중은 1%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 지수 승격이 이뤄질 경우
장기적으로는 국내 주식시장 재평가의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함춘승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서울지점 대표는
"외국계 펀드 매니저 입장에서 선진국 국가에 편입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투자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선진국 지수 편입이 이뤄지면 외국인들로 한결 편하게 투자할 수 있고
투자 규모도 훨씬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 국민은행 포스코 현대차 등
시가총액 5위권내 핵심 대형 우량주들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FTSE가 한국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할 경우
세계 최고 권위의 주가지수인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서도
선진국 지위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FTSE 선진국 지수 승격 가능한가?
여러 여건을 따져볼 때 올해는 우리나라의 FTSE 선진국 지수 승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우선 주식시장 규모나 경제력 면에서 한국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있다.
17일 현재 한국의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약 7300억달러에 이른다.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약 45조달러로 추정할 때
한국은 이 가운데 1.6%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경우 전세계 주식시장에서의 비중은 1%에도 못 미치지만,
한국과 달리 FTSE 선진국 지수에 이미 편입돼 있다.
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 역시 6800억달러(2005년)로
전세계 총생산의 1.6%를 차지한다.
이는 세계 1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큰 결격 사유는 없다는 분석이다.
FTSE는 그동안 한국의
△외국인 집합계좌 일괄거래 허용 △장외거래 범위 확대
△증권 대차거래 △공매도 허용 △증권·대금 분리결제 등을 요구해왔다.
이 가운데 집합계좌 일괄거래 허용과 장외거래 범위 확대는
정부가 4월부터 시행키로 한 상태다.
증권 대차거래 제도도 이미 도입돼 있다.
공매도 역시 원칙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유상증자나 장외거래로 주식을 받기로 한 것이 입증될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다만 증권·대금 분리결제는 도입돼 있지 않는데,
세계적 추세가 증권·대금 동시결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필수요건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증권·대금 분리결제란 대금을 결제하지 않고도
주식을 외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씨티그룹 함 대표는 "한국 주식시장 제도에 대해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FTSE 선진국 지수에 편입 관련해 큰 하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TSE 폴 호프 사장이 지난 2004년 3월 증권선물거래소 방문 당시
선진국 지수 편입 검토를 위한 적정 기간을 임시 검토대상 지정 후
2년 정도로 잡고 있다고 밝힌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증권선물거래소 임원은 "FTSE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2년 정도면
충분한 검토 과정을 가졌을 것"이라며 "
오는 9월에는 선진국 지수 편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은 변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FTSE 선진국 지수 편입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칼자루를 쥔 FTSE그룹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FTSE그룹의 피터 드 그라프 공공부문담당 이사는 지난해 9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증시의 여건이 크게 개선되긴 했지만
영국이나 미국과 같은 투자환경이 조성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자본이 보다 자유롭게 유입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FTSE그룹의 상업적 판단도 변수로 지목된다.
현재 한국은 FTSE의 준선진국 그룹 가운데 핵심 국가다.
한국이 선진국 지수로 옮겨갈 경우 준선진국 지수가 빈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FTSE가 한국을 선진국 지수에 양보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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